Episode 1.
시간은 흘러간다.
그렇다.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간다. 멈추지 않고.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이런 길은 결코 가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걸 난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이 정말 후회될 때가 많다.
내가 그때 겁먹지만 않았어도 그녀를 잃지는 않았을 거야.
내가 그때 무리하게 벼락치기를 하지 않았어도 한 단계 높은 학교로 들어갈 수 있었을 거야.
내가 그때 주식투자를 잘못하지만 않았어도 내 돈은 지금의 10배 이상 높았을 거야.
너무 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살아가고 있단 말인가.
...
그리고... 나는 기나긴 터널을 걷고 있다.
어디로 향하는지도 알 수 없는 어두컴컴한 터널.
그 터널을 그저 무의미하게 걷는다.
터널의 끝은, 분명히 나한테 낯익은 장소였다.
하지만... 분명히 내가 아는 곳이지만, 분위기가 평소랑은 사뭇 다르다.
"KBC 9시 뉴스입니다. 전xx 대통령께서는... 또한 이xx 여사는..."
그리고 저기 보이는 젊은 남자는...
...그래. 나의 아버지의 젊었을 적 모습. 딱 이 시대의 교복이라는 것이 보이는데...
...뺑소니?!
...뺑소니차가 우리 아버지를 치고 달아났다. 그리고 이 때는 분명히 아버지께서 결혼하시기 전... 그러면, 나라는 존재는... 태어날 수 없는 건가.
태어날 수가 없는 나는... 소멸되어야 하는데... 아직 있다.
내가 목격자가 되어서 뺑소니범은 잡혔지만... 나를 낳기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그런데... 난 왜 살아있는걸까.
내가 그 답을 알게 된 것은 먼 훗날의 일이었다.
Episode 2.
눈을 뜨자, 나는 다시 내가 원래 살고 있던 시대로 돌아온 것을 느꼈다. 2011년.
하지만... 이번에도 뭔가 이상하다. 아까 과거시대와는 또 다른 위화감이 느껴진다. 난 분명히 돌아온 것 같은데, 이번엔... 뭐야?
앞에서 마주보며 걸어온 사람을 보고, 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
"...?!"
상대편도 만만치 않게 놀란 모양이다. 왜냐하면, 그는, '나'였으니까.
"..."
"..."
분명히 과거시대에 뺑소니범에 의해서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지금의 나는 태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더 이상한 게, 내 앞에 있는 또다른 '나'였다. 애인같은 건 없는 나와는 달리, 미인 여자친구랑 같이 팔짱끼면서 걸어오고 있는...
그리고 나는 그 뒤에야 이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아까 내가 과거라고 생각했던 세계는, 사실 내가 살고 있는 현재시대보다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흘러갔던 또 하나의 평행세계.
그리고 지금 또다른 나를 마주친 세계 역시 또 하나의 평행세계.
이 쪽에서의 나는, 어렸을 적에 나랑 친했다가 결국 헤어져버린 소녀랑 맺어졌다. 그것도 그녀는 어렸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한 명의 미인이 되어서.
또한 지금 이렇게 3류대학에 다니고 있는 나와는 달리, 이 쪽의 '나'는 명문대에, 그것도 장학금을 타면서 다니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다른 평행세계를 내가 오갈 수 있는 이유는, 그 평행세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태어날 수 없는 세계와 또 다른 내가 있는 이 세계에 나도 모르게 이렇게 오게 된 것이었다.
심지어 판타지에 나오는 몬스터까지 우리 세계로 들어올 수 있을 가능성이 크고...
이 경계가 열려있는 한, 여러 평행세계간의 '혼란'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사명을 가진 사람이, 다름아닌 이 세계에서의 또다른 '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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